OBS 파업, 끝나도 끝나지 않는 싸움
[해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5년

[0호] 2013년 03월 19일 (화) 허완 기자 nina@mediatoday.co.kr

OBS 노조는 개국 이래 줄곧 ‘OBS지부’가 아닌 ‘희망조합지부’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1997년 첫 방송을 시작했던 iTV는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단독으로 따내 당시 ‘박찬호 열풍’과 함께 화제를 모았던 인천·경기 지역의 민영방송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2004년, 대주주의 경영 개선 약속 이행 거부 등으로 인한 노조 파업이 이어졌고, 사측은 이례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로부터 8일 후, 당시 방송위원회는 iTV의 재허가 추천을 거부했다. 12월31일 마지막 TV방송을 끝으로 노동자들도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됐다.
 
이후 ‘iTV지부’는 ‘희망조합’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새 방송사 설립 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새방송 설립기금 마련에 나서는 한편, iTV로부터 받은 퇴직금을 출연해 보태기도 했다. 현재 OBS의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이 “새 방송의 탄생 과정에서 2년여 동안 헌신적인 노력을 한 그들은 경인방송(주)의 한 주체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이후 희망조합 조합원 160명은 전원 ‘복직’했다.


▲ 2004년 12월21일, 당시 방송위원회 성유보 상임위원이 서울 목동 방송회관 17층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iTV에 대한 재허가 추천 거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5년
 
그러나 지난 5년은 조합원들이 그토록 가슴에 품었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온 과정이었다. OBS는 2007년 개국 이래 만성적 경영난에 시달렸다. ‘한 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위기의 원인은 구조적이다. 지속적인 경영난으로 인한 투자 감소와 인력유출, 콘텐츠 질 하락, 경쟁력 약화, 경영난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돼 왔다.
 
OBS는 인천과 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만, SBS를 주축으로 한 지역민방 네트워크에 속해있지 않은 ‘독립 민영방송’이다. 이에 따라 OBS는 ‘100% 자체편성과 50%에 육박하는 자체제작 비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막대한 콘텐츠 제작 비용이 투입되는 방송사업의 특성상 적정한 수익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운영 및 유지가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하는 ‘방송사업자 재산현황보고’에 따르면, OBS는 2007년 64억원, 2008년 421억원 2009년 259억원, 2010년에는 222억원, 2011년에는 18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개국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자본금 1400억원은 바닥을 드러냈고, 지난해 초에는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만성적인 적자의 배경에는 방송사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수익 부진이 있다는 분석이다. OBS는 개국 이후 애초 사업자 공모의 전제조건이었던 서울 등 타 지역으로의 역외재송신 허가가 지연되면서 광고매출이 제자리에 머물렀다. 역외재송신 허가가 나면 광고가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개국 이후 3년7개월이 지난 2011년에야 허가가 났다. 종편출범 등으로 이미 광고수익 증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의 일이었다.


▲ OBS 사옥. ⓒ이치열 기자 truth710@
 
광고 판매를 대행했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2008년 OBS에 89억원의 광고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방송권역이 더 좁던 iTV(경인방송)가 2002년 504억원의 광고매출을 올렸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개국 당시부터 OBS 안팎에서 ‘홀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다.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던 주철환 사장은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에 나섰지만, OBS는 2008년 42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투자를 줄이고 외주제작 비중을 높였다.
 
앞으로도 광고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방통위는 지난해 미디어렙 고시를 통해 OBS의 광고판매를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모두 대행하도록 결정했다. 미디어크리에이트는 OBS의 ‘경쟁자’인 SBS가 지분 40%를 소유한 회사다. ‘OBS에게 밥그릇마저 빼앗는 테러를 가했다’는 불만과 항의가 쏟아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방통위가 의결한 결합판매 최소지원규모는 연 253억원으로, OBS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광고매출로 산정한 482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소유·경영 분리 논란…구성원 사기 ‘바닥’
 
반면 추가 자금 확보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OBS는 2011년까지 196억원의 유상증자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재무구조 및 경영정상화 계획을 지키지 않아 지난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OBS는 대주주인 영안모자가 21억원을 증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나머지 주주들의 증자가 뒤따르지 않는 한 만성적인 재정위기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주주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해 증자를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주주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OBS에서 근무했던 A씨는 “임원회의 석상에 대주주가 나타나곤 했다”며 “심지어 자기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주문’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 간부들이 대주주 눈치를 보다보니 일선 기자나 PD들이 ‘이런 걸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안 되어 있다. 모든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OBS는 개국할 때 시민들과 했던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으면서 투자도 안 하고 있다”며 “백 회장이 자신의 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OBS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13일 오전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OBS희망조합지부
 
회사 측은 ‘과장된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김학균 경영국장은 “(대주주가) 평상시에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모니터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거나 총평을 하는 수준”이라며 “이런 프로그램을 왜 하느냐거나 이런 걸 해야 한다고 하신적은 없다”고 말했다. “PD들의 기획안에 의해 움직이고, 기본적인 매커니즘이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국장은 “소유·경영 분리가 안 된다는 건 (대주주가) 찍어서 온 사람이 사장이나 부사장으로 와서 경영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라며 ‘사장 공모제’를 운용하고 있는 OBS는 이와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지속되는 경영위기 속에서 OBS는 내부 구성원들의 ‘희생’에 의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은 5년째 동결됐고, 시간외 근무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희망조합지부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근로조건 개선은 커녕, 계속되는 인력 누출과 근로조건의 악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OBS의 제작국 공채 PD는 모두 이직했고, OBS 개국 때부터 현재까지 남아있는 평기자는 10명이 채 안 된다.
 
올해에는 OBS에 대한 방통위의 지상파방송 사업자 재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어 자칫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감돈다. 2004년의 ‘iTV 사태’가 노사 양측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도 이번 파업 사태에서 ‘변수’로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가 파업을 풀고 21일 업무에 복귀하기로 선언했지만, ‘절망’이 다시 ‘희망’으로 바뀌려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9 OBS노조, 파업 끝내고 복귀하자 업무 배제? [피디저널] 운영자 2013.04.04 2661
148 OBS 5년, 자존감 찾아 파업여행 떠난다 - 강남구 조합원 기고문 [미디어오늘] 운영자 2013.04.04 2101
147 "파업 조합원들 일 안 시키겠다" [경인종합일보] 운영자 2013.04.04 3397
146 OBS노조 파업 중단, 노사 갈등 여전 [부평신문] 운영자 2013.04.04 2641
145 OBS, 파업 끝났지만 정상화 요원 [기자협회보] 운영자 2013.04.04 1925
144 파업 종료 후, 더욱 멀어진 ‘OBS 정상화’ [미디어스] 운영자 2013.04.04 2417
143 “법정·공정방송 투쟁 벌인다” [피디저널] 운영자 2013.04.04 2405
142 OBS, 파업 복귀 조합원에게 “대기하라” [미디어오늘] 운영자 2013.04.03 1977
141 OBS 파업 풀었더니 “복귀 노조원 선별적 일 시키겠다” [아시아뉴스통신] 운영자 2013.04.03 1709
140 OBS노조 파업 중단…"법적 투쟁 전환" [뉴스1] 운영자 2013.03.21 1894
139 OBS노조, 21일 파업 중단.."2단계 투쟁 돌입" [연합뉴스] [1] 운영자 2013.03.21 1907
138 '전면파업' OBS노조, 21일 오전 9시 업무복귀 [미디어스] 운영자 2013.03.21 2197
» OBS 파업, 끝나도 끝나지 않는 싸움 [미디어오늘] 운영자 2013.03.21 1665
136 OBS 노조, 파업풀고 업무 복귀 후 ‘법적투쟁’ 전환 [미디어오늘] 운영자 2013.03.21 1798
135 OBS노조, 20일만에 파업 중단 [피디저널] 운영자 2013.03.21 2174
134 OBS 장기파업 사측에 있다 [경기매일] 운영자 2013.03.21 1909
133 OBS 경인TV 총파업 20일째 [경향신문] 운영자 2013.03.21 1780
132 인천 시민단체들 “OBS 백 회장이 성실히 나서야” [미디어오늘] 운영자 2013.03.16 2429
131 인천시민단체 "OBS 파업, 원인은 백성학 회장" [미디어스] 운영자 2013.03.16 1913
130 양문석 방통위원 “OBS 노사 협상 재개해야” [피디저널] 운영자 2013.03.16 27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