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아나 “류현진 중계권 넋놓다 빼앗겼다”
[인터뷰] 파업동참 OBS 아나운서 “제작비 감축에 모든 스포츠중계 사라져”

[0호] 2013년 04월 26일 (금) 조수경 기자 jsk@mediatoday.co.kr

김준우 아나운서가 OBS, 나아가서는 OBS의 모태인 경인방송과 인연을 맺은 건 2002년이다. 스포츠 캐스터란 이름으로 발을 디뎠다. 경인방송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독점 중계하면서 채널 인지도를 확 끌어올렸다. 경인방송은 박찬호 선수 등판경기를 전국의 CATV와 유선방송 등을 통해 방송함으로써 방송시청권을 대폭 확대시켰다. 한때 시청률 54.8%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인방송이 스포츠 캐스터를 뽑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준우 아나운서는 농구, 야구, 축구, 레슬링, 골프 등 ‘프로~’란 말이 붙는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했다. 김 아나운서는 당시를 “케이블 스포츠채널이 아님에도 지상파에서 스포츠 경기를 매일 중계하는 채널은 유일했다”고 기억했다. 경인방송은 뿐만 아니라 6㎜ 다큐멘터리를 방송사 처음으로 시도하기도 했다.
 
김 아나운서가 경인방송은 찾은 2002년은 그러나 이미 회사가 기울기 시작했던 때다. 그는 “그때는 겨우 서른 살 정도, 일하느라 바빠서 잘 알진 못해서 회사 분위기를 잘 알진 못했다. 알만한 때가 되니 회사가 어려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23일 OBS 정문 앞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아나운서가 10년 간의 들려준 이야기는 그냥 개인사가 아니다. 1997년 10월 11일 독립 민영방송사로 개국해서 2004년 12월 31일 정파, 경인방송 노동조합원들이 들인 각고의 노력 끝에 2007년 12월 28일 재탄생한 OBS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지금 모습을 보여준다.
 

OBS경인TV 사옥. ⓒOBS
 
2007년 6월 경인방송 조합원들은 영안모자의 고용승계 약속에 따라 OBS에 전원 입사했다. 김 아나운서는 “사실 월급이 경인방송의 60~70%밖에 안 될 정도로 적었지만 그때는 ‘고생해서 우리 손으로 방송사를 만들었으니 다 같이 들어가자’란 대승적 마음으로 복귀했다. 의미 있는 개국인 만큼 잘 될 것이란 마음이 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OBS도 스포츠 중계에 관심을 가졌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메이저리그를 단독 중계했다. 이때는 추신수 선수가 있었다. 김 아나운서는 “처음부터 관심을 가진 건 아니지만 경영진도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데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추신수 선수가 박찬호 선수를 뛰어넘는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메이저리그 중계가 OBS를 알리는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OBS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MBC에 빼앗기면서 현재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추신수 류현진 등을 몽땅 잃었다. 김 아나운서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중계하는 방송이 대박날 것이라는 말이 있었으나 우리는 넋놓고 있다가 결국 빼앗긴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김학균 경영국장은 "OBS가 계속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고, 당시엔 추신수 선수도 부상과 음주사고 등 악재가 있었지만 킬러콘텐츠가 취약한 상황에서 어느 회사가 노력하지 않았겠나. MLB에 최대한 우리의 사정을 알리며 계약성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MBC 스포츠플러스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기는 이미 2009년에 닥쳐왔다. 임금이 10% 삭감됐다. 김 아나운서가 ‘회사가 어렵구나’라고 느낀 시기이기도 했다. “역외재송신도 되지 않고 OBS의 광고 단가는 경인방송 시절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 절망감을 느낀 시점이었다. 회사는 인력이나 콘텐츠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도 개국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잘해보자, 금방 나아지겠지’란 생각을 했다.”
 
자본금은 바닥나고, 재허가 조건인 196억 원 증자 중 21억 원만 증자되는 등 OBS는 줄곧 어려워졌다.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OBS희망조합지부는 지난 2월 28일 파업에 돌입했다.  OBS는 5년동안 구성원들에게 단 차례도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김 아나운서도 파업에 동참했다. 휴가자와 병가자를 제외한 12명 아나운서 가운데 조합원이었던 10명의 아나운서 모두 뜻을 함께 했다. 하지만 복귀한 후 김 아나운서를 비롯한 5명의 아나운서들은 현재까지 현장에 배치되지 못했다. 회사가 아나운서들에게 시킨 일은 프로그램 기획안 작성하기였다.
 

김준우 OBS 아나운서
 
구조조정 분위기도 흘러나왔다. 연차가 낮은 아나운서들은 조금씩 동요하기도 했다. 맏형격인 김 아나운서가 수습에 나섰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방송을 위해 존재하는데 일을 못하니 상실감이 컸다. 회사가 치사한 전략을 쓴다고 생각했다. 경영정상화를 말하면서 프리랜서 진행자를 계속 쓴다는 게 말이 되나.”
 
“야구에서는 ‘빈볼’이란 게 있다. 일종의 위협구인데 상대방을 위축시켜 심리전에서 이기겠다는 일종의 전술이다. 회사는 자신들이 원치 않는 행동을 한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치는데 타자격인 우리가 불안해하면 제대로 타격을 날리겠나. 지금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요즘은 근무일지를 쓰는 게 일과의 전부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고 한다. 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들은 새벽반, 일근반, 야근반 등 서로 출퇴근 시간이 달라 얼굴 보기도 어렵다. 근데 지금은 9시 출근부터 6시 퇴근까지 같이 있으니 결속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통쾌하다 스포츠>는 폐지됐으며, <뉴스23>은 다른 후배 아나운서가 맡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긍정적인 면을 보려는 김 아나운서에게서 여유와 단단함이 느껴졌다.
 
김 아나운서는 파업을 패배적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딱 잘라 말했다.

“다소 무력해진 모양새가 되니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먹고는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며 현재 상황에 대해 움츠려드는 이들도 있다.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과정인데 서로가 서로를 잘 추스렀으면 한다.”
 
단 하나, 김 아나운서가 아쉬워하는 부분은 제작비 30억 삭감으로 프로야구 시즌 중계 자체가 OBS에서 사라진 점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중계차 임대료, 망 사용비, 중계권료 등이 들어가는 중계를 하지 않으면 제작비를 많이 줄일 수 있으니…”라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로 채널 인지도를 높인 경인방송과 OBS가 올해부터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현재 OBS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 ©CBS노컷뉴스
 
그럼에도 김 아나운서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한다. “회사가 줄곧 어려워져왔고, 현재도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지만 인생엔 역전도 변수도 많지 않나.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오히려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말을 강조해달라고 했다. “아나운서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박봉이지만 열심히 방송했다. 회사가 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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