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OBS를 말한다
[미디어현장] 한성환 OBS PD

[0호] 2013년 04월 24일 (수) 한성환 OBS PD media@mediatoday.co.kr

OBS가 경영위기에 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OBS의 전신 iTV가 재허가를 받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경영상의 이유다. 이 같은 이유로 OBS는 그 규모를 대폭 늘려 1,400억원을 초기자본금으로 정해 안정적인 경영을 도모했지만 개국 후 만 5년이 지난 시점 자본금은 거의 잠식당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최근 노동조합의 파업을 비롯한 총체적인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다.

파업 참가자 50여명 현업배제

노사는 임금협상을 진행했다. 노조는 5년간 동결된 임금을 일부(3%) 인상하고, 5년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법적수당을 최소한의 수준에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인상불가, 노조협상안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법정수당지급안을 내놓았다. 수차례의 협상은 공전됐고, 지방노동위원회의 두 차례 조정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21일 간 파업 중에도 협상은 진행됐으나 양측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파행방송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조는 파업을 중지했고 조합원들은 현업에 복귀했지만, 사측은 파업이 철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여명의 조합원들을 현업에서 배제시킨 채 4월 개편을 실시했다.

극적인 타협을 모색하던 OBS노사는 최근 다시 깊은 갈등을 노정했다. 대립국면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포기하고, 법적수당은 사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소송과 진정 등 법적수단을 모두 취하하기로 하면서, 50여명의 조합원들의 현업복귀를 마지막 타협안으로 내놓았으나,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갈등의 골은 다시 깊어가고, 일을 잃은 방송인들의 하루하루는 칼날 위에 서있다.

제작비 삭감은 파행편성으로

노사간의 이 같은 갈등은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다. 그것은 편성에서 가장 심각하게 확인된다. 120억 규모의 제작예산이 90억원으로 삭감되면서(사측은 파업중에 열린 주총과 이사회에서 2013년 제작예산을 90억원 규모로 확정지었다), OBS의 편성은 자체제작 33%(제작 18%, 보도 15%), 재방비율 50%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는 지역 지상파방송의 편성으로서는 낙제점이다(이 같은 편성에 방통위원회가 재허가를 허용할지 의심스럽다). 67%에 달하는 구매와 외주는 OBS의 정체성과 무관한 국적불명의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채워지고 있으며, 지역지상파방송이 추구해야 할 지역성과 공익성은 증발했다. 

OBS의 미래는 있는가? 위기의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그 원인이 방만한 경영 때문인가? 지역지상파민영방송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수준을 5년간 동결하고, 개국인력 대비 20% 넘는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견뎌 온 OBS의 경영을 방만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종편채널 제작비의 25% 수준으로 100% 자체편성을 유지해 온 것을 보면 제작비가 과다하다고 말 할 수 없을 듯하다. 적어도 OBS는 개국부터 지금까지 어느 방송사가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긴축경영을 해 온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경영진의 긴축경영론은 위기극복의 해법이 아니다.

긴축 경영만으로는 위기극복 어려워

지금 OBS에게 필요한 것은 총체적 경영위기, 노사간 갈등과 불신, 조직 내에 퍼진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제작부서의 조합원들은 사측이 지불하겠다는 2013년 법적수당을 제작비로 투입하자고 의견을 모은 적이 있다. 제작부서 이외의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의 생각은 제작비를 얼마라도 올려서 지역성과 공익성을 담보하는 프로그램을 한 편이라도 더 제작함으로써 OBS의 존재이유를 확인하고, 방송제작인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되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당초 임금인상과 법적수당 회복을 목적으로 했던 파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현업인들(일부일지라도)의 이 같은 생각들에 경영진이 화답할 때다. 파업이 완전하게 철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수많은 만남과 대화의 내용을 증발시키지 말아야 한다. 비가 오면 우산 아래 있어야 하듯이 방송언론인은 제작현장에 있어야 한다.


한성환 OBS PD
 
경영진은 아니라고 하지만, 50여명의 조합원이 현업에서 배제되는 상황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더 큰 의혹과 갈등과 불신을 낳는다. 취임하자마자 파업국면을 맞은 신임 사장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업은 신임사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으며, OBS에 축적돼 온 구조적 문제들 중 일부가 발현된 것일 뿐이다. 노조는 그간의 협상에서 올해의 초긴축경영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이제 경영진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경영진은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것 말고는 OBS가 살 길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OBS가 대전환을 시도할 때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애벌레가 세상의 종말이라 부르는 것은 나비의 탄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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